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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舒川), 봄의 왈츠 글의 상세내용

『 서천(舒川), 봄의 왈츠 』글의 상세내용을 확인하는 표로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첨부, 내용으로 나뉘어 설명합니다.

제목 서천(舒川), 봄의 왈츠
작성자 이** 등록일 2024-05-05 조회 213
첨부  
서천(敍川), 봄의 왈츠
2024. 4. 13-14(금, 토)
충청남도 서천은 최근 서너 번 다녀온 여행 이후로 심리적으로 퍽 가까운 곳이 되었다. 2018년 휴머니스트회에서 다녀온 고향방문 1박2일 서천 여행은 엄청나게 놀라웠던 국립생태원, 마량리동백숲, 신성리갈대밭, 한산모시마을, 월남이상재선생 생가, 장항도시탐험역, 장항스카이워크 그리고 춘장대해수욕장 등을 둘러보며 서천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산이씨(韓山李氏)의 시조인 목은(牧隱) 이색을 기리는 문헌서원에서 엿볼 수 있듯 한산이씨 선산이 있어 어쩌다 한번 쯤 서천을 다녀올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6.25때도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생전의 아버지 말씀처럼 오지라 그저 서울에서 '너무 먼 곳'일뿐 벌초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다녀온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볼 거리와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홀랑 빠져버리게 되면서 2019년 가족여행을 오게 되었고, 가족들 모두 서천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 같다. 두 번이나 선택했던 물봉선팬션 숙박, 희리산자연휴양림 등 세 번이나 서천으로 여행을 왔다면 반한 게 맞지 않은가.
친구를 비롯해 아는 사람 짱 많은 Joony는 첫 서천여행에서조차 아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온다기에 '아니, 너는 도대체 여기에도 친구가 있다고?' 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었는데, 그 친구가 다름아닌 지금의 며느리다. 와.. 어쩐지.. 친구가 주었다며 감자 등 먹거리를 받아왔던 에피소드가 있으니..며느리의 고향이 서천군 마산면일 줄이야..그 뿐인가, 안사돈의 고향은 충남 부여군 충화면이라는데, 나의 아버지도 부여군 충화면에서 출생하셨다고 하니.... 인생의 여정이 길어짐에 따라 이러한 공통분모가 생겨나게도 된다.

어차피 나의 할머니, 아버지 엄마의 산소가 서천군 마산면에 있으니 이래저래 서천여행에의 명분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당일치기 산소 둘러보기 만으로는 서천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 묵었던 숙소는 이름도 정겨운 물봉선 팬션 이었는데, 2층 방에 들어서자 창 밖으로 펼쳐진 수채화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어 탄성을 지른 기억이 난다. 여름밤 옥상에서 자리 펴고 두런두런, 그리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또한 즐거워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3시간여 지나 이윽고 마산면으로 접어드니 운전할 맛 제대로라고 할까나. 이파리들이 들고 일어나 연록은 한껏 뿌려진 숲으로 만들어진 수려한 경관에 피곤함을 덜어낸다. 가만 보니 길가 양쪽으로 벚나무들이 즐비한데 1주일 전에만 왔더라면 벚꽃 터널을 이루었을 것이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연록과 초록이 바람결에 춤추고, 지천으로 아름다운 빛깔로 얼굴 들이밀 꽃들의 왈츠... 흩날리는 벚꽃 샤워에 정신이 아득했을 것이다.
아들내외는 벌써 와 있고 사돈어른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전국 각처에서 농촌 인구가 급속한 감소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장날이면 시끌벅적 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빈 집들이 늘어만 가고, 누가 돌보는 것도 아니어서 초라하다. 마을의 작은 우체국 조차 이정표 쯤으로 보일 정도이다.
도착 2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았으나, 초등2년, 유치원생인 손자들의 트랙터를 타 보고 싶은 급한 마음을 눈치채신 바깥사돈께서 아이들에게 기꺼이 트랙터를 태워주셨다. 와!! 가까이서 보니 트랙터 차체가 상당했다. 푹신푹신한 밭 위를 거침없이 구르며 흙을 고르는 슈퍼 파워풀한 바퀴는 손자들의 눈에는 거의 몬스터 급이었을 것이다. 동화책에서 친근한 캐릭터로 만난 트랙터에 올라타며 신기함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됨에 우우 형제는 입을 다물 줄 모른다. .

3.29 카페
1919년 종로 파고다공원 부근에서 시작된 3.1운동이 서천으로 번지게 되었고, 그 해 3월29일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3.29카페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빈 집을 카페로 리모델링하여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돼지 우리는 서까래를 그대로 둔 채 지붕이 드리워지고 평상이 놓인 야외 쉼터로 탈바꿈했다. 매우 아담하고 유용한 마을 까페로서 이곳 역시 서천 명소가 될 것 같다. 추수를 마치고 웬만큼 여유로워질 늦가을 무렵, 이 카페 앞뜨락에서 마을사람들을 위한 작은음악회가 열리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못할 것도 없지 하면서 은근히 우리 아이들의 피아노3중주 별빛콘서트를 꿈꿔본다.
카페 뒤뜰에는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모를 깊은 오랜 우물이 있다. 지금은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어서 당연히 두레박은 위로 올려져 있다. 시커먼 연탄색 깊은물이 어둡고 음습해보여 순간적으로 떨리고 두려움이 몰려와 섬찟하였다.

이미 초여름 날씨처럼 따가웠지만 카페 마당에 제법 멋스럽게 놓인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골 인심 가득한 진한 블루베리 스무디와 아메리카노 커피로 즐긴다. 근처에 아주 품질이 우수한 블루베리 농장이 있다니 블루베리 스무디는 꼭 마셔봐야 한다.

블루아일랜드 오토캠핑장
월명산이 감싸고 있는 봉선저수지와 비스듬한 언덕에 꽃들이 만발해 있는 아늑한 곳에 조성된 오토캠핑장에 도착. 봄꽃들과 초록이 물가에 번져 아름다운 자연을 공짜로 가로챈 캠핑장 주인이 부럽다는데... 어둠 속에서 바비큐, 사돈 분들이 과일이며 먹거리를 잔뜩 가져오셔서 미안하였으나 먹거리는 풍성해졌다. 우우 형제는 키즈놀이터에서 에너지 발산 중.

서천군 기산면 문헌서원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학문·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선조 27년에 세운 서원으로 광해군 3년(1611)에 문헌이라는 헌판을 받은 사액서원으로 수백 년 동안 잘 보존되어 내려온 정취가 오롯이 배어나는 곳이다. 이색 선생 영당 뒤 아름드리 배롱나무가 장관이라고 하니 한여름에는 진분홍 꽃떨기들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서원 바로 옆 한옥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너른 마당과 댓돌, 툇마루와 대청마루 등 오래전부터 체화된 듯 낯설지 않은 한옥의 다정함이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꽃들이 가득한 마당을 한가운데 두고 식당이 있는데, 툇마루를 올라 격자무늬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어찌나 정갈하던지. 맛있는 된장찌개며 친절함과 인심이 묻어나는 서비스까지도 기분을 좋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문헌서원을 둘러보았다. 여행객도 별로 없어 고궁 후원같은 고즈넉하고 여유로움이 널려있는 잔디밭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열심히 사진으로 순간들을 담아냈다. 한반도 생태계 뿐 아니라 세계5대 기후 서식지 생물들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국립생태원 등이 있고 쭈꾸미 축제도 잘 알려져서인가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을 대비하여 서원 바로 앞에서는 새로운 숙박시설을 새로 짓느라 불도저가 왔다리갔다리 하고 있었다.

남동생들, 사촌동생들이 해마다 산소 벌초를 하기 위해 서천을 다녀가는데, 나도 두어 번 따라온 적이 있으나 새벽에 출발하여 급히 산소를 다녀가고 곧바로 귀경하였던 터라 실은 동생들도 서천의 진면목을 느낄 새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급히 다녀갈 것이 아니라 1박2일 정도 스케줄을 짜서 형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지난번에도 부모님 산소를 찾지 못했었다. 동생이 설명해주었지만 전화통화로 산자락에서의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는 일은 긴가민가 하여 결국 못 찾았었기에, 이번에야말로 꼭 찾아보리라. 하여 아들은 다시금 외삼촌들과 facetalk를 하며 산자락을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녔다. 그렇게 한 시간여 동안 핸드폰을 들고 헥헥 거리며 헤맨 끝에 드디어 산소를 찾았다.
아, 아버지 엄마!! 우리와 오랫동안 추억을 나누지 못하고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신 분들이다. 산소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짠했다. 거의 평지라해도 좋을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이 숲속의 비밀스런 길처럼 나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를 여러 차례.. 이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봄날 아니면 어디서 쑥을 뜯을 것이며, 게다가 농약을 뿌린 논밭 근처의 쑥은 먹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마산면 수풀 속 쑥은 찐 쑥이다. 행동대장 안사돈이 던져주시는 쑥을 다듬기만 한 셈인데, 카페에서 엄마의 쑥뜯기 장난을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한 시간 이내로 마무리하려니 아쉬웠다. 처음으로 달래와 오가피도 수확하는 작은 즐거움을 누렸다. 안사돈께서 유정란이며 서천 특산물인 박대, 참외로 푸짐한 인심을 챙겨주시니 고맙고 미안하였다.
겨울철 가창오리떼의 신비로운 군무를 볼 수 있는 금강하구둑, 늦가을 신성리갈대밭 등 가야 할 데가 많으니 서천 여행 계획표 작성은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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